나의 이야기

[스크랩] 43회 서울.수도권 산악회 2회차 수락산행기

低山下 2010. 11. 11. 15:27

 

 

 문자를 두 번 날렸다.

 " 43회 수도권 2회 산행 / 8.8 일요일 오전 10시 7호선 수락산역 1번 출구, 계곡 물놀이, 하산 후 식사" 

 

그런데 엄청나게 장만해 왔다. 술은 한 두명이 고작 자기 마실 것만 가지고  왔다고 해서 막걸리 15병과 조금 큰 소주 2병, 돈족(발) 안주까지 산 입구에서 추가로 사서 서너명의 배낭에 나눠 담고 깔딱고개를 넘은 뒤 자리를 폈다. 짚멍석 한 개 반 정도 크기 정방형의 넓다란 바위가 아랫쪽으로 약간 기울어서 펼쳐져 있는 곳에서다.   

 

모인 친구는 오늘도 지난 달  관악산행에 이어 공교롭게도 17명이다.

여학생이 7명, 머슴애들이 10명이다. 머슴애 둘은 배낭도 없이 왔다.

 

나와 PJ.

나는 작은 물병 딸랑 하나, PJ는 길다란 수건 목에 두르고 왔다.

나는 모자도 쓰지 않았고, 그는 흰 모자를 쓰고 나타났다. 

나는 키가 적고, 그는 크다.  나는 흑발, 그는 일찌기 백발.

그와 나는 12년을 한 운동장에서 놀았고, 한 교실에서 최소한 9년 이상 공부했다. 

그는 군대생활을 오래 했고, 나는 회사원을 천직으로 알고 살아왔다.

배낭을 짊어지고 오지 않은 이유도 둘이 상이하다.

그는 배낭을 싸 주며 가지고 가라는 아내와 싸우다가 늦었다고 했다.

그는 혼자만 약속시간에 맞춰 오지 못했다.

결국에는 내가 보낸 문자를 아내에게 보여 주면서 "물놀이 좀 하다가 하산해서 식사 한다" 는데 "무슨 배낭이냐"고

제 고집대로 안 가지고 온 것이다.

신발도 그렇다. 기어코 다른 신발은 어색해서 가장 편한 구두를 신고 왔다는 것이다.

" 뭐, 문제 있냐? " 높은 데 자리 잡은 그의 눈이 시선을 편안하게 깔아 점점 성글어가는 내 머리 상판을 바라보며

그렇게 말했던 것 같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단체로 놀러갈 때 가장 많이 신경을 쓰는 것이 '먹는 것' 일게다.

위와 같이 문자를 보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친구들은 바리바리 싸 가지고 왔다.

술을 많이 마셔서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쑥과 쌀가루 반죽에 굵은 콩 속을 넣어 손수 빚은 송편이며,

처삼촌 벌초하듯 대강 친 깍은 밤까지 ........조금 보태 말하자면 없는 것이 없었다.

지난번처럼 내려와서 식사를 한다고 했는데도 밥도 있었고 묵은 김치도 있었다.

파전에 후식 과일까지........

 뿐인가 SH의 패트병 식혜, 친구들 모임에 44년 만에 처음 나온 DK이가 가져 온  얼음물은 말복 더위에서도 10시간이 되어서야 다 녹았다.

그리고 JH의 진한 냉커피.  

 

 

정상은 안 간다고 하더니 기어이 선두의 S 여대장은 끌고 간다.

숨은 차 오고 땀은 비오는 듯 흐른다.

조그만 하얀 손수건은 벌써 몇번을 짜냈는지 모른다.

물에 담그고 다시 짜내고 닦고 찎고 하면서 한 발 한 발 오른다.

 

치마바위를 지나고 코끼리 바위도 지났다. 이제는 내리막길이다 싶었는데 큰 산은 대체로 동네 뒷산 마냥 내리

꽂는 것만은 아니다. 오르락내리락하면서 서서히 고도가 낮아지는 것이다. (설악산과 지리산이 그렇지 않던가)

 

 수락산은 서울시 노원구 상계동, 경기도 의정부시 및 남양주시 별내면의 경계에 있는 산이며. 높이는 640.6m이며 도봉산과 함께 서울의 북쪽 경계를 이룬다. 거대한 화강암 암벽이 노출되어 있으나 산세는 그리 험하지 않다. 북한산, 도봉산, 관악산과 함께 서울 근교의 4대 명산으로 불린다.   - 참고 자료 -


잠시의 휴식과 조망에 이어 우리들의 이야기는 쉴새없이 이어진다.

주제없이 지껄이는 많은 말들 속에서 세월 저편의 기억들이 하나씩 되살아 나는 오롯한 기쁨을 맛 본다.    

 

 

 드디어 하산 완료. 거의 다 내려와서는 뜻밖의 행운의 기회도 잡았다.

 

아직 아픈 무릎이 채 낳지 않아 무척 힘들게 게걸음으로 한 계단 한 계단 힘들게 내려오는 정말 예쁜 ys을 싫다는데도

억지로 업었다. 안된다고, 아니라고, 자신있다고, 노래방에서는 70킬로그램 아주머니도 번쩍 안고 춤도 추고 수 십 바퀴 돌기도 했다고 큰소리치면서 반 강제로 업었다. 업을 때 까지는 내 등에 여인의 상반신 전면부가 밀착된다는 생각에서 잠시지만 야시롱한 감흥(?)조차 기대하지 않은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막상 업고 계단을 내려갈 때는 중량감도, 이상한 생각도, 그밖의 아무 생각도 나지 않고 오로지 내 몸에서 나는 땀내가 그녀에게 역겹게 느껴지지 않을까 신경이 씌여 내내 부끄러웠다. 불과 열 몇 계단을 그렇게 내려왔을 뿐이었다.

 

 

아무튼 20 여년 전 우리 초등학교 6학년 3반 반창회인 '63회 무주구천동 모임' 에서 HK 부인(70Kg 이상 충분히 됨) 을 업고 달리기 대회 이후 남의 여자를 업어 본 즐거운 추억이 될 것이다.      

 

 

 

 남은 안주와 새로 맥주 몇 병을 사 와서 이젠 마실 일만 남았다는 생각밖에 없는 것처럼 계곡물에 발 담그고 앉아 먹었다

여자 동창들은 원앙오리처럼 바위에 걸터앉아 옥수수를 까 먹고, 남자들은 점점 목소리를 높혀 호기를 부리고 있었다.

그럭저럭 산에 오르기 시작한지 7시간이 지나서야 우리는 천천히 행장을 수습하고 근처에서 제일 유명하다는 오리고기집을

갔으나 이미 자리가 다 찼다. 할 수 없이 가까운 곳에 있는 순대국 집에서 보양순대국으로 안주 삼아 또 먹고 마셨다.

오늘은 친구만 만나면 약한 술 체질에 (나름) 많이도 마시고 늘 헤롱거리는 내 대신 회계담당 여자총무 JR를 선출해줘서 얼마나 든든하고 홀가분한지 모르겠다.    

 

2차로 늘 있게 마련인 티격태격의 장본인인 나와 당사 KJ은 다른 입회 친구 6 명과 함께 당고개역 근처에서 큰 횟집을 하는 그의 동생집을 향해  택시를 탔다. 그가 일행 전부를 그 쪽으로 끌고 가려 하는 것을 나와 그를 잘 아는 다른 친구가 말렸던 것이 말싸움의 단초가 되기도 해서였다. 매양 자기가 친구들을 먹이고 싶어하며 이런 때에 생색도 내고 싶어하는 그의 다감함을 모르지 않지만 좋은 일은 은밀하게 분수에 맞게 하는 것이 옳다는 나의 평소 생각과 약간 달라서 말썽이 생겼던 것이다. 어찌되었던 간에,싱싱한 회와 달콤한 소주는 그렇게 화해무드로 만들면서 말복 날의 더위를 잊게 해 주었다.

 집에는 자정이 다 되어서 들어 왔다.

 

 

 

   다음 날, 나는 이렇게 몇 몇의 여자동창생들에게 문자를 보냈다.

 

 " 아직 수양이 많이 부족하여 부끄러운 모습만 보여 죄송할 따름...애쓰셨소, 9월에는...."

 

答 문자가 왔다.

"뭘, 그만한 일로. 그러나 너무 좋았어. 즐거웠고, 앞으로도 마음 비우고 지금처럼 살세"

"나도 즐거웠어. 모두 잘 지냈으면 좋겠어. 똑 같이 하지 말고, 고마웠고, 다음에 또 보세"

"어제 수고 많았네. 친구들 건강 생각해서 술을 좀 줄였으면 하는 바람이네. 건강하게 보내세^-^"

"무슨 그리 철든 말씀을 다하셔, 이젠 어느 정도 초월할 때가 되지 않았나 싶어. 나는 한 달을 앓고 나서인지 많이 힘들었어"

 

집에 가고 있는데 누구보다 산을 잘 타며, 항상 누구보다 많은 짐을 지는 참 좋은 친구 JK는 먼저 이렇게 문자를 보내왔다.

 

"오늘 고생 많았습니다. 집에 무사히 잘 들어가시고 다음 산행 때 건강한 몸으로 다시 보세"

 

 이 맛에 나는 모임을 주선한다. 아무런 염려없이 술 몇 잔 하면, 즐겁게 웃으며 이야기하고, 노래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으니까.             

 

사실 온 가족이 1박2일의 짧은 휴가에 남도 먼 길을 다녀왔다. 

피곤해서 오늘은 쉬고 상황 보아서 뒷풀이에나 참석하려고 했다.

 

그런데 아침 일찍 전화가 왔다. JH다.

"일어났냐? 몇 시에 갈까?"

당연히 나는 갈 것이라는 믿음하에 거두절미하고 몇 시에 어디서 만나냐는 것이다.

순간에 이런 친구들을 만나러 가지 못할 이유가 다 사라졌다.

 

       

*  중간중간에 끼워 넣은 사진은 내 동생 팔연이가 해송이라는 이름으로 고문하고 있는'3050아띠산악회'에서 퍼 왔음을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열 목 어

 

   강원도 정선군 정암사의 열목어 서식지와 경상북도 봉화군 석포면에 있는 열목어 서식지를

각각 천연기념물 73호와 74호로 지정함 /  열목어는 특정보호어종  

 

 

출처 : 옥당골 아이들
글쓴이 : 이도연(초/43,중/21회)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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