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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우리가 물이 되어 - 강은교 (낭송 : 강은교) 1:26

低山下 2010. 11. 14. 20:41



우리가 물이 되어 - 강은교 (낭송 : 강은교) 1:26


우리가 물이 되어 만난다면
가문 어느 집에선들 좋아하지 않으랴
우리가 키 큰 나무와 함께 서서
우르르 우르르 비오는 소리로 흐른다면

흐르고 흘러서 저물녘엔
저 혼자 깊어지는 강물에 누워
죽은 나무 뿌리를 적시기도 한다면
아아, 아직 처녀인
부끄러운 바다에 닿는다면

그러나 지금 우리는
불로 만나려 한다
벌써 숯이 된 뼈 하나가
세상에 불타는 것들을 쓰다듬고 있나니

만 리 밖에서 기다리는 그대여
저 불 지난 뒤에
흐르는 물로 만나자
푸시시 푸시시 불 꺼지는 소리로 말하면서
올 때는 인적 그친
넓고 깨끗한 하늘로 오라

<시집 {우리가 물이 되어}, 1986>


출처 : 윤영환
글쓴이 : 바람의 종 원글보기
메모 : 동오재 카페지기 한 시대의 대인, 아직 다감하신 우리의 선생님 강민선생님이 올리신 글을 보름날 밤 우물에서 물 길러 올리듯 정성을 다해 퍼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