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상조사 법성게
어머님 49재를 모실 때 전라남도 화순 모 비구니 암자 작은 도량을 돌면서 염송했던 법성게다.
가장 친한 친구이자 도반인 법장스님이 막무가내로 권유해서 드린 49재였다.
부처님 인연으로 옹호신장님들의 가피력으로 얻기 어려운 좋은 직장 얻어 그날 그때까지 잘 살고 있었음에도 시작한 지 얼마되지 않은 사회초년병이라
무척 바쁜 시절이었다. 스님이 말하기 전까지 나는 물론 49재를 모실 생각조차 못했으며, 언제가 어머님의 49재인지도 모르는 너무도 바쁜 회사생활을 하던 터였다. 그런 내게 어느날 재齋에 필요한 모든 재물은 본인이 준비할테니까 형제들과 함께 내려오기만 하면 된다는 연락이 왔다.
생전에 우리 어머님이 차려준 따뜻한 밥상이 그리워서였을까.
아니면 친구의 불효가 안타까워서였을까
아무튼 어떤 종류의 진한 연민이었을 것이다.
스님은 적을 두고 소임 맡은 절도 없이 광주로의 통학이 가능한 화순의 군대동기 집에서 자취를 하고 있었다
매 학기마다 학비를 동냥하여 간신히 납입하기를 반복하면서 호남대 국문학과를 다니던 만학도였다.
1987년 일이니까 벌써 23년도 지난 일이다.
그뒤로도 가끔 나는 혼자 중얼거리면서 법성게를 염송했다.
써 보기도 하면서 .......
그러나 세월이 지나면서 차츰 잊게 되었고, 나중에는 몇 구절 밖에는 암송하지 못하는 정도로 법성게의 기억이 가물거리게 되었다.
그리고 어머님의 49재를 계기로 그전에 막연히 어떤 상징적인 의미로만 인식해왔던 지장보살님도 새롭게 생각했다.
지장보살님의 서원 " 지옥 문 앞에서 우시면서 육도의 중생을 다 교화할 때 까지(지옥에 오는 사람 없어질 때 까지) ,
용화세계의 미륵부처님이 오실 때 까지, 당신의 성불을 미룬다" 을 깊이 마음에 새기게 되었다.
그러다가도 문득 문득 옛 생각이 나면서 그때마다 너무도 확연하고도 오묘한 법성게의 말씀을 깨닫고자 하는 마음이 물결처럼 일렁였다.
그런 마음도 잠시,그 때 그 뿐, 그렇게 시난고난 한참의 세월을 물 흐르듯, 구름 흩어지듯 지내 왔다.
오늘도 그런 날인가 보다. 발심發心이 여름날 소나기 구름 몰려오는 것처럼 법성게 찾는 마음이 일어났다.
오늘 새벽에 서울을 비롯한 중부지방에 10여센티미터 눈이 내렸고 지금은 날씨가 포근한 오후여서 차츰 눈 녹아 흐르는
낙수落水소리 사무실 창 가에 즐비하여 언젠가처럼 꼭 그런 마음이 일어난 것이다.
서둘러 인터넷에서 검색하여 내 블로그에 올려 놓는다.
" 여기에 찾기 좋은 곳에 갖다 놓았으니 이젠 잊지 말고 수시로 보아야지 "
"미처 깨닫지 못했던 구절들을 통해 하나 하나 천천히 화엄경의 진수를 맛 보아야지."
결심해 본다.
法性圓融無二相 법성원융무이상
법성(진리)은 원만히 융통하여 오직 한 모습
법성이 두루하고 평등하여 형상이 둘 없으니
諸法不動本來寂 제법부동본래적
모든 것은 변함없는 본래 그 자리
일체가 움직임 없이 본래부터 고요하도다.
無名無相絶一切 무명무상절일체
이름도 모양도 모두 여의어
이름도 없고 형상도 없어 일체가 끊어짐이니
證智所知非餘境 증지소지비여경
깨달은 지혜와 분별지(知)가 다르지 않고
깨달아 알 바요 분별로 아는 경계가 아니로다.
眞性甚深極微妙 진성심심극미묘
참다운 성품은 깊고 미묘하여
참성품은 한없이 깊고 신비롭고 묘하여
不守自性隨緣成 불수자성수연성
제자리에 있지 않고 인연 따라 나투네.
자성은 지키지 않고도 인연 따라 이루도다.
一中一切多中一 일중일체다중일
하나에 모두 있고 많은 데도 하나 있어
하나 가운데 모두요 일체 가운데 하나이니
一卽一切多卽一 일즉일체다즉일
하나가 바로 모두요 많은 것 또한 하나이니
하나가 곧 모두요 모두가 곧 하나로다.
一微塵中含十方 일미진중함시방
한 티끌 작은 속에 세계를 머금었고
작은 티끌 가운데도 시방세계를 머금으니
一切塵中亦如是 일체진중역여시
모든 티끌마다 우주가 가득하네.
모든 낱낱 티끌마다 이와 같도다.
無量遠劫卽一念 무량원겁즉일념
한량없는 긴 세월이 바로 한 생각
한없는 긴 시간도 곧 한 생각에서이니
一念卽是無量劫 일념즉시무량겁
한 생각이 또한 바로 한없는 세월
한 순간이 곧 끝없는 긴 시간이도다.
九世十世互相卽 구세십세호상즉
九세와 十세가 서로 한줄기
구세 십세도 서로 같은 것이니
仍不雜亂隔別成 잉불잡란격별성
그러나 섞지 않고 따로 나투네.
혼잡하지 않아 별개의 것이 아니노라.
初發心時便正覺 초발심시변정각
첫발심 했을 때가 바른 깨달음
처음 믿는 마음 낼 때가 곧 깨달음이요
生死涅槃常共和 생사열반상공화
생사와 열반이 서로 어울려
생사와 열반도 곧 서로 같은 것이니라.
理事冥然無分別 이사명연무분별
본체와 현상이 구별이 없는
진리와 현상이 그윽하여 분별할 수 없으나
十佛普賢大人境 십불보현대인경
불보살이 나투는 부사의 경계로다.
모든 부처의 행하고 나툼이 성인의 경계니라.
能仁海印三昧中 능인해인삼매중
부처님이 드시는 해인삼매 가운데
부처님은 자취 없는 고요한 선정 가운데 머물면서도
繁出如意不思議 번출여의부사의
부사의한 여의공덕 한량이 없고
끊임없이 자재로이 드러내니 생각으로 헤아릴 수 없는 것이니라.
雨寶益生滿虛空 우보익생만허공
중생 위한 보배가 허공에 가득하니
중생을 이롭게 하는 보배 비가 일체 허공에 가득하여
衆生隨器得利益 중생수기득이익
중생들 근기따라 이익을 얻네.
중생의 근기 따라 유익함을 얻느니라.
是故行者還本際 시고행자환본제
그러므로 수행자가 본고향에 돌아가면
그러므로 수행인은 본처로 돌아가
破息妄想必不得 파식망상필부득
쉴 새 없는 망상인들 얻을 길 없고
망상을 쉬지 않으면 반드시 증득하지 못하노라.
無緣善巧捉如意 무연선교착여의
걸림 없는 방편으로 여의보배 찾았으니
교묘한 수단 필요 없이 여래의 참뜻 알리니
歸家隨分得資糧 귀가수분득자량
본집에서 자재롭게 공덕을 얻네.
본처로 돌아가면 분에 따라 증득할 것이니라.
以陀羅尼無盡寶 이다라니무진보
한량없는 지혜공덕 무진보배로
이 진언은 한량없는 보배로
莊嚴法界實寶殿 장엄법계실보전
온 누리에 보배궁전 한껏 꾸미고
일체 모든 곳을 정토로 만드느니라.
窮坐實際中道床 궁좌실제중도상
중도의 실상자리 사무쳐 앉았으니
다함없는 실상이 갓 없는 가운데 머무니
舊來不動名爲佛 구래부동명위불
본래로 변함없는 부처님일세.
시작 없는 옛 부터 움직임도 없으나 이름 하여 부처라 하니라.
청화 큰스님 번역 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