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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수 / 심적 신체제와 조선문화의 진로

低山下 2012. 6. 13. 09:43

남녘 | 조회 52 |추천 0 |2004.07.18. 20:30 http://cafe.daum.net/Dongori123/AB26/1198 

 

남녂

나는 요 며칠 전 아주 우연한 기회에 작가 이광수가 쓴 글을 한 꼭지 보게 되었는데 왠지 나 혼자만 보고 말기엔 좀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서 우선, 동오제의 여러분에게 한 번 보여드리기로 했습니다. 물론, 나보다 먼저 이 글을 보신 분도 계시겠지만 그러나, 이런 글은 보고 또 보게 됐대서 별로 믿질 일은 없을 것인 즉, 허허 세상에 이런 일이. 하고 그냥 담담하게 한번 웃어주시기 바랍니다.



이광수 씀


제목 : 심적 신체제와 조선문화의 진로

       1940년 9월 4-12일자 “매일신보”



내선일체는 단순한 정책적 슬로건이 아니라 이것은 우리들 조선민중에게는 생활 전체를 의미한다. 나 자신의 사활 문제요 내 자손의 사활 문제다. 이러한 중대 문제에 마주치기는 인생으로서 극히 희한한 일이다. 나는 이 문제에 대하여서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대체 내선일체란 무엇이냐 하면 내가 재래의 조선적인 것을 버리고 일본적인 것을 배우는 것이다. 일언이폐문하면 이것이다. 그리하여서 조선 2천 3백만이 모두 호적을 들추어 보기 전에는 일본인인지 조선인인지 구별할 수 없게 되는 것이 그 최후의 이상이다. 그러므로 내선일체가 되고 아니 되는 것은 오직 나의 노력 여하에 달린 것이다. 그런데 이것이 일조일석에 될 것은 아니지마는 우선 일본 국민이기에 필요한 것은 성화같이 습득하지 아니하면 아니 될 것이니 이것이 빨리 되면 빨리 조선인에게 행복이 오고 더디게 되면 더디게 행복이 오고, 만일 조선인이 이 공부에 게으르면 마침내 올 것이 아니 오고 말 것이다.”

그러면 그 시급한 것이 무엇이냐. 그것은 첫째가 황실에 대한 충성의 정조의 함양이다. 일본인이 황실에 대한 감정은 실로 독특한 것이어서 조선인으로서 그 정도에 달하자면 깊고 많은 공부가 필요한 것이다. 항용 우리 조상네가 충군애국이라든 그러한 충이 아니다......

조선인은 이 점을 바로 파악하여야 한다. 그 순간부터 내게 있는 모든 것은 다 천황께서 주신 것으로 따라서 언제든지 천황께 바칠 것으로 깨달아야 한다. 이것이 마음의 신체제의 초석이다......그러므로 매일 아침 7시의 궁성요배에 조선인은 특별한 정성과 기쁨으로 할 것이다.

둘째로 나는 종래의 불평의 감정을 청산하고 그 자리에 감사를 대입하지 않으면 아니 된다......만일 30년 전 탐관의 포학과 도적의 횡행으로 인민이 안도하지 못하던 것을 아는 자이면 금일의 치안이 얼마나 고마운가를 알 것이다. 언제 우리가 이만한 교육혜택을 받았던가, 언제 우리가 이만한 교통위생.문화의 시설을 가졌던가, 또 언제 우리가 이만한 부력(富力)을 가졌던가. 허심탄회하게 이런 것들을 생각할 때에 아무리 전형적인 불평가라 할지라도 이 은혜는 승인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우리는 일상 생활에서 각자의 황민화적 개조에 매진하여야 할 것이다. 심적 신체제는 일상 생활에 실현되고서야 비로서 완성이 될 것이다.

오전 6시의 사이렌을 듣고 일어나서 소세를 하는 것은 관리나 상인이나 문사나 무릇 모든 일본인은 다 하여야 할 일이다. 신불이나 대궐에 박수참배하고 또 사당이나 불단에 합장하거나 배례하고 그리고 가정주부,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일가족 동원으로 비와 쓰레받기와 걸레를 들고 가내와 문전을 청소할 것이오, 7시의 사이렌이 울거든 궁성요배를 할 것이다. 이 모양으로 하는 것은 일종의 종교적 경건으로 할 것이다......

모든 직역에서 우리는 병사요 직공이요 관리이기 때문에 우리는 각각 명령체제 속에 있는 것이다. 명령계통의 질서는 오직 복종으로만 유지되는 것이니 신체제의 국민생활은 오직 복종의 생활이다. 이 복종에는 통제력도 있지마는 자발적으로 기쁘게 즐겁게 복종할 때에 그 속에서 우리는 신체제의 자유와 쾌미를 느끼는 것이다. 어째서 그런가 하면 우리의 복종은 노예의 복종이 아니다. 일억일심으로 성취하려는 대사업을 위한 기쁨의 복종이요 만민예찬의 광영적 복종이다.

그러다가 정오의 사이렌이 울매 우리는 각자 재소에서 작업을 정지하고 마음을 모아서 황군용사의 무운장구와 전몰영령을 위하여서 감사와 기원의 기도를 하는 것이다......우리는 이미 반도인이 아니요 대일본제국을 부담한 황국신민이다. 우리의 일적혈(一滴血) 일적즙(一滴汁)은 하나도 허에 돌아감 없이 아시아 건설자로서의 일본의 광휘 있는 새 역사를 적는 귀한 묵즙이 되는 것이다. 조선인은 모름지기 구각을 선탈(蟬脫)할 것이다. 삼천리 강산이라든지 이천만 동포라든지 하는 구관념 구감정의 협애한 껍데기를 분연히 벗고 아시아 대륙과 태평양과 인도양을 국토로 하고 일억의 황민을 동포로 하는 신민족관념과 감정을 회포할 것이다......

오늘날 일본인이 맨먼저 되어야 할 것은 참된 일본인이 되는 일이다. 심적 신체제를 완성한 일본인이 되는 일이다. 이것은 다만 애국적인 일만이 아니라 진실로 아시아 제 민족 전체를 위하여서 그러한 것이다......조선인은 쉽게 말하면 제가 조선인인 것을 잊어야 한다. 기억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나는 일찍 조선인의 동화는 일본신민이 되기에 넉넉한 정도면 그만이라는 생각을 가진 일이 있었다. 그러나 나는 지금에 와서는 이러한 신념을 가진다. 즉 조선인은 전혀 조선인인 것을 잊어야 한다고, 아주 피와 살과 뼈가 일본인이 되어버려야 한다고, 이것에 진정으로 조선인의 영생의 유일로가 있다고.

그러므로 조선의 문인 내지 문화인의 심적 신체제의 목적은 첫째로 자기를 일본화하고 둘째로는 조선인 전체를 일본화하는 일에 전 심력을 바치고 셋째로는 일본의 문화를 앙양하고 세계에 발양하는 문화전선의 병사가 됨에 있다. 조선문화의 장래는 여기에 있는 것이다. 이러하기 위하여서 조선인은 그 민족감정과 전통의 발전적 해소를 여행할 것이다. 이 발전적 해소를 가르쳐서 내선일체라고 하는 것이라고 믿는다. 조선인은 협애하던 밀실에서 광활한 천지에 대답보로 나올 것이다. 그들은 황은의 고마우심과 전도의 양양함에 감격할 것이다.   끝.

 

강민 04.07.18. 21:58
남정현 선생, 어렵게 오시더니, 이렇게 신랄한 글을 올려 주셨구려.

 

--작금 친일 문제가 다시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는데, 이런 글은 시사하는 바 큽니다.

 

당시 우리 문단의 최고 지성이라는 이가 이랬으니, 미루어 알만 합니다.

 

일본 제국주의 황국민이 되기를 그토록 바랐다니...조선인이기를 잊어야 하다니...
 
 
 
강민 04.07.19. 07:58
처참한 생각이 듭니다. 이런데도 이들의 후손들은 미국에서 잘 살고 있으며, 여전히 판권 주장을 하며 재산 불리기를 그치지 않고 있습니다.   

 

---저는 전에 <한국단편문학전집>을 만들 때, 하도 화가 나서 이 사람을 빼고 낸 일이 있습니다.

 

--어떻든 친일 문제는 꼭 청산하고 넘어가야 할 우리의 멍에입니다.
 
 
 
가야금 04.07.19. 01:02
뒤돌아본 발자욱들은 부끄럽고 어지럽기 한이 없습니다

 

타협하기좋아하는나약한 지식인의 표상을 여실히 보는것아닌가요

 

얼마전 여성문학인회에서 작가들의 친일문제를 쟁점화 했을 때, 홍모 원로시인께서 '당신들이 그 때 그 상황이라면 어떠했을까'

 

이 물음에 저는 굉장히 화가 났었습니다   다시 이런 일은 없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