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시

[스크랩] 복효근 - 안개꽃

低山下 2010. 3. 8. 23:24

 

안개 

 

                            복효근(1962~ ) 


 

꽃이라면
안개꽃이고 싶다
장미의 한복판에
부서지는 햇빛이기보다는
그 아름다움거드는
안개이고 싶다
나로 하여
네가 아름다울 수 있다면
네 몫의 축복 뒤에서
나는 안개처럼 스러지는
다만 너의 배경이어도 좋다
마침내 너로 하여
나조차 향기로울 수 있다면
어쩌다 한 끈으로 묶여
시드는 목숨을 그렇게
너에게 조금은 빚지고 싶다

 


 


춥다. 꽃 소식 올라오는 봄길, 거리로 내몰리는 마음들 시리다. 한 다발, 한가운데 묶이려 아등바등 밀치는 삶의 길목 팍팍하다. 장미 백합 잘난 주연, 꽃인 듯 아닌 듯 안개꽃 조연 함께 묶여 향기로 피어오르는 꽃다발. 이런 시, 그런 안개꽃에 빚진 마음 있어 세상 따뜻하리. <이경철·문학평론가>

출처 : 碧 空 無 限
글쓴이 : 언덕에서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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