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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묵와고가 옆의 새 한옥

低山下 2011. 7. 9. 19:42

목수들이 묵와고가에 모인 이유는 바로 이 신축한옥 때문입니다.

 

 

 이 건물은 2년 반 전에 완공을 하였고 주인은 윤씨 가문의 후손으로 자신의 생가 터에 있던 옛집을 헐고 홀로 계신 어머니를 위하여 지은 집이랍니다.

도편수는 김창희 선생님으로 저와 저희 동료들의 스승님이십니다.

김창희 선생님이 75세에 지으신 마지막 작품입니다.

 

묵와고가와 비슷한 형태을 하고 있는 정면 5칸, 측면 2칸의 ㄱ자형 집입니다.

초익공에 겹처마를 사용하여 살림집으로선 가장 격이 높은 형태입니다.

 

이 집을 지을 당시 저는 다른 현장에 있어 참여하지를 못했는데 저희 동료들이 스승님과 함께 지은 집이라 이번 모임은 매우 뜻 깊었습니다. 집 지을 당시의 무용담으로 1박2일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모르겠습니다.

 

이 집의 건축비는 평당 1,300만원 입니다. 엄청난 가격입니다.

그것도 스승님이 직접 설계하고 시공하고 감리까지 다하고 집주인은 오야지(현장전문용어^^)로 직접 나무 사오고 목수 인건비 챙겨주고 숙식 해결해 줬는데도 이 정도의 금액이 나왔습니다. 만약 한옥건축회사에 맡겼다면 최소한 30% 정도는 더 나왔을 겁니다. 그것도 2년 반 전입니다. 이미 집터가 있는 상태였고 물가 상승율까지 감안한다면 지금 이 정도의 한옥을 짓는 비용은 ... 여러분이 상상 하십시요.

 

왜 이렇게 건축비가 비싼지 한번 보겠습니다.

 

 

 이 집은 30평입니다.

보통 30평 정도의 한옥이면 나무가 최소 15,000재에서 여유있게 20,000재 정도 소요됩니다.

집의 설계와 형태에 따라 소요되는 나무의 수량에 차이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 집은 무려 40,000재가 들어 갔습니다.

서까래의 굵기가 말구가 6치, 가장 통통한 허리 부근은 8치짜리 서까래 입니다.

8치 서까래는 대웅전에나 사용하는 굵기 입니다. 그것도 아주 큰....

옛날 기와집 기둥도 8치면 굵은 기둥이었습니다.

누마루의 기둥은 양쪽 끝에 있는 것은 1자3치이고 가운데 기둥은 1자1치 입니다.

옛날 같았으면 국법에 따라 처벌받았을 겁니다.

살립집에 이렇게 크게 쓴 서까래와 기둥은 보질 못했습니다.

이것만 계산해도 나무 수량이 배가 들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집은 마루를 짜는 귀틀과 마루판을 제외하고 모두 육송을 사용했습니다.

가장 큰 부재인 대들보와 추녀도 육송입니다.

 

아마 선생님께서 자신의 마지막 작품이 될 지 모른다는 생각이 있으셨나 봅니다.

그래서 최고의 작품을 남기고 싶었고 무리를 해서 큰 나무를 사용하여 마음껏 한옥의 기교를 표현하시려 하셨습니다.

 

 

 아시다시피 묵와고가의 터와 그 일대는 알아주는 명당자리입니다.

선생님은 이 집의 향을 잡기 위해 어칸(집의 중앙칸)에 마루를 놓고 앉았을때의 눈높이 만큼의 의자를 만들어 한참을 앉아계셨다 합니다. 그래서 묵와고가보다는 조금 더 동쪽으로 틀어 향을 잡으셨습니다. (묵와고가는 동남향 입니다.)

선생님의 집 사랑하는 마음은 이루 다 말할 수 없습니다.

선생님에게는 돈보다도, 집주인보다도, 풍수보다도 더 집이 중요하십니다.

선생님이 집의 향을 잡으시고 "이 집은 이렇게 향을 잡아서 120년은 더 갈 것이다." 하셨답니다.

 

 

 

누마루의 천장입니다.

선자연의 끝, 그러니까 천장의 중앙은 우물반자로 덮었습니다.

 

 

 대들보 위의 종보는 동자주로 받치는게 일반적이지만 이 집은 포대공으로 꾸몄습니다.

품과 공과 재료가 2배 이상 들어갑니다.

 

 

 

 

대청마루 천장의 모습들 입니다.

 

 이 집에는 눈에 보이는 모습보다 더 어마어마한 선생님만의 기법이 숨어 있습니다.

나무는 아무리 건조를 시켜도 수축이 일어나면서 변형이 일어납니다.

변형이 일어나면 나무가 갈라지고 심하면 결구가 깨지고 집이 돌아가고 기울어지고 결국은 집의 수명을 단축시킵니다.

결국에는 일어나는 나무의 변형을 어떻게 보완할 수 있을까요?

나무가 어떻게 변형될 지 미리 알 수 있을까요?

선생님은 나무의 상태를 보고 장차 일어날 나무의 변형 여부를 가름하십니다.

나무가 왼쪽으로 뒤틀릴 것 같으면 나무를 오르쪽으로 틀어 중심을 잡습니다.

나무의 양쪽 말구가 수평, 수직이 어긋나게 치목 되는 것입니다.

결국 세월이 지나 나무가 뒤틀리면서 제대로 위치를 잡는 것 입니다.

 

이렇게 치목하는 현장은 대한민국에 한 곳도 없습니다.

감히 상상조차 못하는 기법입니다.

나무가 어느 방향으로 뒤틀릴지 어떻게 알며 또 일일히 어떻게 나무의 중심을 비틀어 치목할 수 있겠습니까?

오직 선생님만이 하실 수 있으며 선생님을 이해하는 집주인만이 허락할 수 있는 천년한옥의 기법입니다.

 

 

 

 

 

 

물론 현미경을 들이되고 집을 본다면 아쉬운 점이 왜 없겠습니까?

지나치게 큰 부재와 화려함이 오히려 거슬리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

그러나 저와 저의 동료들은 김창희 선생님의 제자임을 자랑스러워하며 한옥을 열심히 지을 것입니다.

날아갈 듯한 처마와 함께 이 집은 천년을 갈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인허가에 대한 에피소드도 하나 소개합니다.

국가지정문화재 옆에 이렇게 큰 집을 지으려하니 군청에서는 당연히 축소지시를 내렸습니다.

하지만 집주인은 원설계대로 집을 완공했습니다.

그러던 차에 숭례문이 화재로 소실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문화재청에선 전국에 있는 문화재에 대하여 일제 점검을 하였고 문화재청 사람들이 묵와고가에 와서 깜짝 놀랐다고 합니다.

묵와고가보다 더 높고 화려한 집이 옆에 있으니 집주인에게 항의를 하였답니다.

집주인 왈

 "그라면 뽀아 부릴까요?"

문화재청 사람들, 더이상 말을 못하고 돌아갔다 합니다.

집주인은 이 집 지을 막판에는 경제적으로 무척 힘들었지만 이 집 완공하고 사업이 잘 되어 집 덕이라고 덕담을 합니다.

 

출처 : 도편수마을
글쓴이 : 그렝이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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