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창과 교수가 추천하는 시집 100선 이은봉 광주대 문창과 교수를 언제 만났던가 3~4년 전 쯤 인사동 어느 술집 골방에서였을 것이다. 미실의 작가 김별아씨도 함께 있었던 것 같다. 평소에 이행자 시인으로부터 여러번 자기가 (가장)아끼며, 자기가 때마다 뭘 사달라고 하면 늘 사 주는 이른바 행자사단의 일원라고 자랑을 했다. 올해로 69.. 내가 좋아하는 시 2010.12.16
흰 바람벽이 있어 흰 바람벽이 있어 백 석 오늘 저녁 이 좁다란 방의 흰 바람벽에 어쩐지 쓸쓸한 것만이 오고간다 이 흰 바람벽에 희미한 십오촉(十五燭) 전등이 지치운 불빛을 내어 던지고 때글은 낡은 무명 샷쯔가 어두운 그림자를 쉬이고 그리고 또 달디단 따끈한 감주나 한잔 먹고 싶다고 생각하는 내 가지가지 외로.. 내가 좋아하는 시 2010.12.06
찔 레 / 문정희 찔 레 문정희 꿈결처럼 초록이 흐르는 이 계절에 그리운 가슴 가만히 열어 한 그루 찔레로 서 있고 싶다. 사랑하던 그 사람 조금만 더 다가서면 서로 꽃이 되었을 이름 오늘은 송이송이 흰 찔레꽃으로 피워놓고 먼 여행에서 돌아와 이슬을 털듯 추억을 털며 초록 속에 가득히 서 있고 싶다. 그대 사랑하.. 내가 좋아하는 시 2010.12.01
월하 김달진 선생님의 명상록 ▶ 월하 김달진 선생의 명상록 [산거일기] 네번째 ◀ 만일 누구나 다 정직할 수 있다면 , 다 정직하기 전에 이 사회는 일시에 수라장으로 변할 것이다. 그것이 아니면 우리의진실을 말할 수 없을 때 우리는 비로소 희언의 편의를 감탄하게 된다. 연애의 과정에 있는 청춘남녀에 있어서 더욱 그러할 것이.. 내가 좋아하는 시 2010.11.15
[스크랩] 복효근 - 안개꽃 안개꽃 복효근(1962~ ) 꽃이라면 안개꽃이고 싶다 장미의 한복판에 부서지는 햇빛이기보다는 그 아름다움을 거드는 안개이고 싶다 나로 하여 네가 아름다울 수 있다면 네 몫의 축복 뒤에서 나는 안개처럼 스러지는 다만 너의 배경이어도 좋다 마침내 너로 하여 나조차 향기로울 수 있다면 어쩌다 한 끈.. 내가 좋아하는 시 2010.03.08
[스크랩] 이덕규 - 밥그릇 경전 밥그릇 경전 이덕규(1961∼ ) 어쩌면 이렇게도 불경스런 잡념들을 싹싹 핥아서 깨끗이 비워놨을까요 볕 좋은 절집 뜨락에 가부좌 튼 개밥그릇 하나 고요히 반짝입니다 단단하게 박힌 금강(金剛)말뚝에 묶여 무심히 먼 산을 바라보다가 어슬렁 일어나 앞발로 굴리고 밟고 으르렁그르렁 물어뜯다가 끌어.. 내가 좋아하는 시 2010.03.08
[스크랩] 기형도 - 꽃 꽃 기형도(1960~89) 내 영혼이 타오르는 날이면 가슴 앓는 그대 정원에서 그대의 온밤 내 뜨겁게 토해내는 피가 되어 꽃으로 설 것이다. 그대라면 내 허리를 잘리어도 좋으리. 짙은 입김으로 그대 가슴을 깁고 바람 부는 곳으로 머리를 두면 선 채로 잠이 들어도 좋을 것이다. 20년 전, 서른 나이. 혁명과.. 내가 좋아하는 시 2010.03.08
난 화제 蘭 畵題 ♗美 人 如 隔 雲 端 미 인 여 격 운 단 미인이 마치 저 멀리 하늘가에 선 듯... ♗長 短 蹁 천 起 無 自 得 장단편천 기무자득 길게 짧게 하늘하늘 마음대로 춤을 추네 ♗生於幽谷 香開十里 생어유곡 향개십리 그윽한 골짜기에 나서 향기가 십리에 퍼진다. ♗其臭如玉 君子可佩 기취여옥 군자가.. 내가 좋아하는 시 2009.07.24
굴비 [펌] 굴비/오탁번 수수밭 김매던 계집이 솔개그늘에서 쉬고 있는데 마침 굴비장수가 지나갔다 ―굴비 사려, 굴비! 아주머니, 굴비 사요 ―사고 싶어도 돈이 없어요 메기수염을 한 굴비장수는 뙤약볕 들녘을 휘 둘러보았다 ―그거 한 번 하면 한 마리 주겠소 가난한 계집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품 팔러 간 사.. 내가 좋아하는 시 2009.07.21